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슬립이라는 소설을 최근에 드디어 완독을 했다.
일단 이 소설을 읽게 된 계기는 순전히 코엔 형제 때문이었다. 그냥 인터뷰 집에서 이 작가 이름이 계속 나오길래 궁금해서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했다.
일단 레이먼드 챈들러는 20세기 초반 펄프 픽션으로 유명한 작가였다고 한다.
첫 장편을 쓴 것도 중년이 된 시기에 썼다고 하니, 참으로 멋지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부분이 있었다.
뭐 작가의 생애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작품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일단, 굉장히 프로페셔널이라고 불러야 할지, 시니컬하다고 해야 할지, 인간적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
탐정인 말로가 주인공이다.
옴므파탈 그 자체다, 추리력이 그렇게 뛰어난 인물은 아니다. 마치 셜록홈즈처럼 범죄를 추적해간다기 보다는
오히려 범죄가 그를 엄습해 온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가 있는 곳에서 그는 두 눈으로 범죄를 목격한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그는 대담하다 싶을 정도로 목숨을 내던지는 탐정이다.
참으로 20세기 초반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고 해야 할까?? 대공황 시기, 모두 찌들어버린 그 시기.. 음울한 그 분위기가
소설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스턴우드 장군이라고 이 도시의 명망있는 또 돈도 많은 장군이 말로에게 사건을 맡기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건은 가이거라는 삼류 애로 잡지를 파는 잡지 암거래상이 장군의 딸인 카멘 스턴우드의 누드 사진을 가지고 협박을 하며 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카멘의 언니이자, 스턴우드 장군의 첫째 딸인 리건 부인 비비언 스턴우드의 남편(러스티 리건)의 실종 소식까지 같이 전달 받으며
두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꽤 치밀하게 또 꽤 세밀하게 입체적인 인물들이 나오면서 소설은 흥미진진하게 흘러가지만,
여전히 난독증에,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잠과 씨름하며 읽은 소설이다.
물론 마지막 장면은 꽤나 상상이 잘되기는 했지만...
여튼 매혹적인 자매의 배치
한명은 매혹적이고 고혹적인 유부녀
한명은 발랑까지고 금발의 왠지모르게 에메랄드 실크 빛깔 숏 원피스가 잘 어울릴 것 같은 미성년자
그 당시에 상상력이 풍부한 독자들은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이 책을 음미하면서 봤을지...
하지만 이미 온갖 이미지들에 찌들어버린 나는 책을 읽어봤자 그렇게 큰 생각도 이미지도 떠오르지 않는다.
여튼, 뭐 역사적으로 이책이 어떻고 저쩧고는 나는 잘 모르겠고,
그래도 나름 고전, 세계문학전집 중에서 추리,범죄 스릴러 소설로는 참으로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특히 등장인물들에 세밀한 묘사들이 마음에 들었고, 모든 범죄들이 일어나는 장소들에 대한 묘사 그리고
그 장소들 자체가 너무 내 스타일이었다.
끈적 끈적하고 더러운 곳에서 일어나는 더러운 범죄
그리고 그 더러움을 전혀 개의치 않는 말로라는 시크남
아직 레이먼드 챈들러 단편선이 남아있는데
말로가 어떻게 다른 사건들을 마주하게 될지(정확하게 해결할지는 기대도 안됨) 참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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